
숫자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2016년 발표된 세계 밤하늘 밝기 지도 연구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인공 불빛으로 밝아진 하늘 아래 살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 비율이 99%에 이릅니다. 그리고 인류의 3분의 1 이상은 자신이 사는 곳에서 은하수를 볼 수 없습니다. 이 연구에서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빛공해의 영향을 받는 국토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혔습니다.
수십만 년 동안 인류 누구나 고개만 들면 볼 수 있었던 풍경이, 불과 몇 세대 만에 다수가 볼 수 없는 풍경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반문도 가능합니다. 별이 안 보이는 것이 정말 ‘문제’일까요? 아프거나 불편한 일도 아닌데요. 오늘은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뤄보겠습니다.
별은 인류의 첫 번째 교과서였다
밤하늘은 오랫동안 인류의 달력이자 나침반이었습니다. 별의 위치로 씨 뿌릴 때와 거둘 때를 읽었고, 북극성과 별자리로 바다를 건넜습니다. 밤하늘의 규칙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천문학이 태어났고, 근대 과학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별자리에 붙은 이야기들은 신화와 문학이 되어 문화 곳곳에 스며들었어요.
그래서 밤하늘을 특정 국가나 소유가 아닌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고 보호하자느 ㄴ국제 선언들도 있었습니다. 별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은 단순히 풍경 하나가 아니라, 모든 문화가 공유해온 원형적인 경험 하나가 사라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별을 몇 개나 잃어버렸을까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숫자로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관측 조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적인 감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도시 도심의 경우 맨눈으로 보이는 별의 수는 대략 수십 개입니다. 교외.중소도시는 수백 개, 빛 공해가 거의 없는 어두운 하늘은 수천 개입니다.
천문학자와 아마추어 관측자들이 사용하는 보틀 첩도(Bortle scale)는 밤하늘의 어두운 정도를 1등급(완벽한 어둠)부터 9등급(대도시 도심)까지 나눕니다. 대도시의 하늘은 이 첩도의 끝에 있습니다. 게다가 밤하늘은 지금도 계속 밝아지고 있습니다.
별이 사라지면 과학도 자리를 옮긴다
빛공해는 천문학에 실질적인 비용을 만듭니다. 도시 근처의 오래된 천문대들은 하늘이 밝아지면서 고나측 능력을 잃었고, 새로운 대형 관측소들은 칠레의 사막이나 외딴 고산지대처럼 점점 더 멀고 어두운 곳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전문 연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청소년과 아마추어 관측자가 밤하늘을 직접 경험하며 과학에 입문할 기회 자체가 도시에서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밤하늘은 측정 가능한 환경 지표이기도 하다
별이 보이는 정도는 낭만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밤하늘의 밝기는 그 지역에서 하늘로 새어 나가느 ㄴ인공 빛의 총합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별이 사라진 하늘 아래에서는 야행성 동물과 곤충, 철새들이 받는 빛의 영향도 함께 커져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첫번째 들에서 살펴본 것처럼 어둠은 생태계가 사용하는 환경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별은 밤 환경의 계기판인 셈입니다.
다행히, 되찾을 수 있는 풍경이다
밤하늘에는 다른 환경문제와 구별되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복원이 빠르다는 점입니다. 하늘의 빛은 쌓이거나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한 빛을 줄이면 바로 그날 밤부터 돌아옵니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는 어두운 밤하늘을 보호구역처럼 지정해 지키는 국제밤하늘보호구역 운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있습니다. 경상북도 영양군의 반딛불이 생태공원 일대는 2015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도 달과 밝은 행성, 오리온자리 같은 밝은 별자리는 여전히 보입니다. 도시의 밤하늘도 전부 잃은 것은 아닙니다.
별을 다시 만나는 세 가지 방법
- 달이 없는 날을 고르세요. 볼므달은 가장 밝은 자연의 빛입니다. 달빛만으로도 어두운 별들이 묻힙니다. 그믐 전후의 맑은 날이 가장 좋습니다.
- 눈에게 30분 휴식을 주세요. 어둠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도시의 불빛을 등지고 서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지 않고 기다리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별들이 하나씩 나타납니다.
- 어두운 하늘을 찾아 떠나보세요.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영양처럼 빛공해가 적은 곳이라면, 조건이 좋은 밤에 은하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밤하늘 밝기를 보여주는 빛공해 지도 서비스로 어두운 장소를 미리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별을 보러 가는 일은 거창한 환경운동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진짜 밤하늘을 본 사람은 도시의 불빛을 전과는 다르게 보게 됩니다. 무엇을 잃었는지 아는 것. 환경을 이해하는 일은 어쩌면 거기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몇 가지 궁금한 질문들
도시에서는 별을 전혀 볼 수 없나요?
아닙니다. 달, 금성과 목성 같은 밝은 행성, 오리온자리처럼 밝은 별자리는 도심에서도 보입니다. 다만 어두운 별들과 은하수는 도시의 불빛에 묻혀 보이지 않습니다.
은하수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도시 불빛에서 충분히 떨어진 어두운 곳이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경북 영양을 비롯해 큰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산간.해안 지역에서, 달이 없는 맑은 밤에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 빛공해가 심한지 확인할 방법이 있나요?
전 세계 밤하늘의 밝기를 지도로 보여주는 빛공해 지도 서비스들이 공개되어 있어요. 사는 곳과 여행지의 하늘 상태를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별이 안 보이는 것이 왜 환경문제인가요?
밤하늘의 밝기는 그 지역에서 하늘로 새어 나가는 인공 빛의 총합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별이 사라졌다는 것은 그만큼 낭비되는 빛이 많고, 야간 생태계가 받는 영향도 커져 있다는 신호입니다.
세계 인구의 3분의 1은 은하수를 볼 수 없고, 도시의 밤하늘에서 별은 수천 개에서 수십 개로 줄었습니다. 밤하늘은 과학과 문화의 뿌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지역 빛공해의 총량을 보여주는 환경 지표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밤하늘은 불필요한 빛을 줄이면 그날 밤부터 돌아오는, 복원이 가장 빠른 자연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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