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한 시의 한강 공원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한여름 열대야의 밤이면 그곳에는 돗자리를 편 사람들이 있습니다. 편의점 앞 파라솔 아래에도, 아파트 단지 벤치에도 잠을 대신한 사람들이 앉아 있습니다.
이 풍경은 낭만이 아닙니다. 집 안이 잠들 수 없는 온도가 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조용한 대피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이 대피의 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기상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열므 서울의 열대야는 모두 46일. 118년 관측 사상 가장 많았습니다. 한 달 반 넘게 밤이 식지 않은 셈입니다.
그런데 폭염 뉴스는 언제나 한낮의 최고기온을 비춥니다. 온르은 반대쪽 숫자, 밤의 최저기온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여름이 사람을 지나치게 만드는 시간은 사실 밤이기 때문입니다.
더위의 진짜 시험은 해가 진 뒤 시작된다
사람의 몸은 밤에 식으며 회복합니다. 잠들기 위해서는 몸 안쪽의 온도, 즉 심부체온이 조금 내려가야 합니다. 수면 연구자들은 이 체온 하강을 잠을 부르는 생리적 신호로 설명합니다. 몸은 피부로 열을 내보내며 이 신호를 만드는데, 방 안 공기가 뜨거우면 열이 빠져나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열대야의 밤에는 잠드는 데 오래 걸리고, 잠이 들어도 얕은 잠을 오가며 자주 깨게 됩니다. 하루 정도는 누구나 버텨냅니다. 문제는 열대야가 며칠씩, 몇 주씩 이어질 때입니다. 낮의 더위로 지친 몸이 밤에 회복하지 못하면, 피로는 갚지 못한 숙제처럼 다음 날넘어갑니다.
열대야라는 이름의 기준선
기상청은 밤 시간(저녁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기온이 25℃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날을 열대야로 정의합니다. 기준이 25℃인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상청 스스로 밝히듯 그 온도 위에서는 너무 더워 사람이 잠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열대야는 처음부터 수면의 지표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기준선이 부족해졌습니다. 밤 최저기온이 30czz 아래로도 내려가지 않는 밤, 이른바 초열대야라는 말이 쓰이지 시작했습니다. 기록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1994년이 오래 갖고 있던 서울의 열대야 기록은 2924년에 깨졌고, 바로 다음 해 여름 46일로 다시 깨졌습니다. 같은 해 전국 여름 평균기온도 25.7℃로 관측 사상 가장 높았습니다. 기록이 꺠지는 간격이 점점 짧아지는 것, 그것이 지금 한국의 밤이 가리키는 방향입니다.
조용한 위험:연구가 말하는 밤 더위와 건강
더위로 인한 건강 피해를 떠올리면 한낮 땡볕에서 쓰러지는 장면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연구들은 밤의 더위가 따로 계산해야 할 위험이라고 말합니다. 동아시아 도시들을 분석한 연구들에서 심한 밤 더위는 사망 위험을 30~50% 높이는 것과 연관되었습니
한국과 중국, 일본의 28개 도시를 분석해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에 실린 2022년 연구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지금 추세로 기후변화가 진행되밤 더위로 인한 사망 위험이 이번 세기 말까지 약 6배로 늘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연구진이 지목한 경로는 수면입니다. 밤 더위가 잠을 무너뜨리고, 무너진 잠이 심혈관과 면역, 정신건강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위험은 모두에게 같지 않습니다. 체온 조절과 갈증 감각이 둔해지는 고령자, 지붕의 열을 그대로 받는 옥탑방과 최상층 냉방 없이 여름을 나는 집, 그리고 혼자 사는 사람. 열대야의 위험은 한낮의 공사장이 아니라 밤의 조용한 방 안에서 커집니다.
도시는 왜 밤에 식지 못하나
이 시리즈를 읽어온 독자라면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낮 동안 저장한 열을 밤새 내뿜고 좁은 하늘의 골목은 그 열을 내보내지 못하며, 나무가 적은 동네일수밤이 뜨겁습니다. 도시와 교외의 기온 차이가 해 진 뒤 가장 커지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한 가딜레마가 더해집니다. 에어컨입니다. 냉방은 집 안의 열을 밖으로 퍼내는 장치라서, 모두가 에어컨을 켜는 밤에는 실외기의 배열이 골목의 공기를 다시 데웁니다. 그렇다고 답이 냉방을 쓰지 말자가 될 수는 없습니취약한 사람에게 에어컨은 사치가 아니라 생명 장비입니다. 답은 다른 쪽에 있습니다. 나무와 밝은 지붕, 바람길로 도시 자체를 식혀 냉방이 필요한 밤을 줄이는 것. 앞서 다룬 도시숲이 열대야 일수를 15일에서 3~5일로 줄였던 관측은 그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열대야의 밤을 넘기는
도시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오늘 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낮에 열을 들이지 마세요. 열대야 대비는 해가 있을 때 시작됩니다. 햇볕이 드는 창의 커튼과 블라인드를 낮 동안 닫아두면 저녁의 실내 온도가 달라집니
해가 지면 바람의 길을 열어주세요. 바깥 기온이 실내보다 낮아지는 밤 시간에는 맞바람이 통하도록 창을 열어 낮의 열을 내보냅니다.
자기 전 샤워는 미지근하게. 너무 차가운 물은 몸이 열을 지키려는 반응을 불러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미지근한 물이 잠들기 전 체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냉방은 잠드는 시간에 집중하세요. 밤새 켜 두기 부담스럽다면, 잠드는 처음 1~2시간 타이머와 선풍기 조합이 현실적인 절충안입니다. 잠이 드는 구간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밤의 질이 달라집니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열대야가 이어지는 주간에는 혼자 지내는 어르신과 취약한 이웃의 안부를 묻는 일입니다. 열대야의 위험은 조용한 방 안에서 커지기 때문에, 안부 전화 한 통이 실제로 가장 효과적인 대비책이 되기도 합니다.
내일의 폭염 예보를 볼 때는 최고기온 옆의 작은 숫자, 최기온을 먼저 보세요. 그 숫자가 24 아래로 내가는지가, 오늘 밤 도시와 우리 몸이 회복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진짜 예보입니다.
궁금증
열대야 기준은 왜 25℃인가요?
기상청은 밤 최저기온이 25℃ 이상이면 너무 더워 사람이 잠들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처음부터 수명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지표인 셈입니다. 밤 시간은 저녁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로 계산합니다.
선풍기만으로 버텨도 괜찮을까요?
공기가 순환되면 땀 증발이 잘 되어 체감이 낮아집니다. 다만 실내 온도와 습도가 매우 높은 밤에는 선풍기만으로 부족할 수 있으므로, 환기와 병행하고 몸 상태가 이상하다 싶으면 더 적극적인 냉방이나 가까운 무위쉼터를 이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더울 때 찬물 샤워가 낫지 않나요?
순간은 시원하지만, 너무 차가운 물은 혈관을 수축시켜 몸이 열을 밖으로 내보내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잠들기 전에는 미지근한 물로 씻는 쪽이 체온을 부드럽게 내리는 데 더 유리합니
열대야는 왜 점점 늘어나나
지구 전체의 기온이 오르가운데, 도시에서는 낮에 저장된 열을 밤에 내뿜는 열섬 효과가 더해집니다. 여기에 습도가 높은 밤에는 수증기가 열을 붙잡아 기온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온난화, 열섬 습도가 함께 밤을 데우고 있는 셈입니다.
몸은 밤에 식으며 회복하고, 잠들기 위해서는 심부체온이 내려가야 합니다. 밤 최저기온이25℃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이어지면 이 회복이 막히고, 동아시아 연구들에서 심한 밤 더위는 사망 위험 30~50% 증가와 연관되었습니다. 지난해 서울의 열대야는 118년 관측 사상 최다인 46일이었습니다. 폭염의 위험은 한낮 야외가 아니라 밤의 방 안에서 커지며, 그래서 폭염 예보에서 먼저 봐야 할 숫자는 최저기온입니다.
참고자료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열대야일수 정의 및 통계
기상청(2025). 2025년 여름철 기후 특성과 분석 결
He, C., Kim, H., Hashizume, M. 외 (2022). The dggects of night-time warming on mortality burden under future climate change scenarios: a modelling study. The Lancet Planetary Health, 6(8), e648-e657.
Obradovich, N. 외(2017). Nighttime temperature and human sleep loss in a changing climate. Science Advances, 3, e1601555.